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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초대

故 선우경식 원장님...

 

  돌이켜보면 이 환자들은 내게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의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가.

  이렇게 귀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감사하고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위 얘기는 故 선우경식 원장님이 예전에 했던 말이라 한다.


어제 KBS 2TV '추적60분'에서 쪽방촌 슈바이처 - 故 선우경식 원장의 삶" 을 통해서

알게된 분이다.


나처럼 아직 이분이 누군지 잘 모르신다 하면,

여기를 눌러보자. 한 기자가 원장님을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이 나와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나처럼 살겠어요? 나도 좋아서 한 일이 아닌데요.
다만 몇 명쯤은 힘들고 어려워도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 아시죠?
제가 의대 졸업할 때 그 선서했거든요.
그게 인간이 만든 건데 지키는 인간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되죠.
의사는 아무리 어려워도 베풀어야 하거든요

1987년 부터 타계하기까지, 20년 넘게 어려운 이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하셨던분..

외로울 시간이 어디있습니까. 하루 종일 사람들에 둘러싸여 바짝 긴장하고
있다보니 힘들어도 감기 한 번 안 걸렸는걸요.
하지만 요셉의원이 있어도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점에서는 외롭지요

기자의 결혼도 하지 않고, 외롭지 않은지 질문에 관심이 없어서 외롭다는 분..

이거 너무 힘들어서 언제든 후임자만 나타나면 그만둘 생각입니다.

라고 하면서, 본인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같은 자리를 지키셨던 분..


하나님은 61살의 선생님을 너무 빨리 데리고 가신게 아닌가 싶다.


고인을 두고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떠나시는 순간 , 큰 웃음을 지으시며 가시지 않았을까 싶다.

누구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사셨기 때문에...


아래는 돌팔이님 블로그의 댓글에 올라온 글이다.

장례미사때 영전에 바쳐진 조사시...


"아름다운 삶, 별 되어 빛나리라"

- 故 선우경식 원장 영전에

아아, 선우경식 원장, 그렇게 훌훌히 떠나십니까?
연두 빛 새 잎이 녹음을 짙게 하고 산목련 희게 벙그는 아름다운 계절에
무엇이 아쉬워 그리도 총총히 떠나십니까?
아직도 우리 살고 있은 이 땅에는
가난하고 아프고 병든 이 넘치고,
억울하고 한 맺힌 응어리 가득한데,
그 아픔, 그 가난, 그 억울함을 누구더러 풀라하고
당신 홀로 먼길 떠나 돌아오지 않으시려는가요?

검은 옷 입은 수도자보다 경건하고,
부름 받은 성직자보다 신성하고,
눈물 많은 여인보다 더 순결한 영혼은
하느님도 바삐 불러 곁에 두고 싶으신가 봅니다.
더없이 낮아지고 아낌없이 비워내던 삶,
퍼주고 또 퍼주어도 샘솟던 사랑으로 몸바쳐 쓰러질까봐
이제 그만 쉬시라고 손잡아 줄러올리신
크신 뜻이 있으셨나 봅니다.

선우 원장!
당신이 운영하던 요셉의원이 있어
음습하고 침침한 골목이 어둡지 않았습니다.
선우 원장!
당신이 운영하던 요셉의원이 있어
헐벗고 외롭고 병든 나그네들이
쉬어가고, 먹고 가고, 웃고 갔습니다.
삶에 지치고, 사람들에게 업신여김 받던 이들이
당신을 만나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술 마시고 난폭하고 버림받던 사람들이
당신 만나서 마음의 평화와 미소를 배웠습니다.

선우 원장!
당신은 가난한 사람들을 가끔씩 도와주는 부자가 아니라
스스로 가난해져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겪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던 사람이었습니다.
희생 속에서 기쁨을 누리고,
봉사 속에서 만족을 누리는 삶을 실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삶을 통해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고,
그 삶을 통해 돌처럼 무딘 이웃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내었습니다.

어두운 곳에 놓아두어도 촛불은 빛을 발하듯,
말없이 조용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모여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이 요셉의원을 도왔습니다.
덮고 감추어도 향기는 번져나가듯
당신이 나서지 않아도 말없이 지켜보고
부끄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살아서 행한 가장 큰 일은
병든 이를 고쳐주고 가난한 이의 눈물을 닦아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일은 차갑게 얼어붙은 우리의 양심,
어둡고 그늘진 곳에 파묻어둔 우리의 사랑을 일깨워
세상을 따뜻하게 녹여낸 것이었습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
교회가 해야 할 일,
우리 동네가 해야 할 일을 아무도 하지 않을 때
당신이 말없이 뿌린 작은 씨앗 하나가
이제 줄기를 뻗고 가지를 뻗고 잎을 퍼트려
크나큰 그늘을 만들어 갑니다.

아름다운 벗 선우경신 원장!
당신의 못 다한 뜻을
남은 사람들이 이어가고,
당신의 아름다운 삶을
남은 사람들이 본받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벗 선우경식 원장!
지상에서 천국을 펼치셨으니
이제 하늘에서는 별 되어 빛나실 것입니다.
지상에서 가진 것 다 바치셨으니
이제 하늘에서는 별처럼 쉬실 것입니다.
영원한 평화와 완전한 자유가
당신의 것입니다.

2008년 4월 21일
조경환 토마스아퀴나스 (시인,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장)